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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연속 최우수 의학회, 미국 및 유럽과 겨룰 수 있는 학술지 제작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제18대 이사장, 원광대병원 최석채 교수
  • 기사등록 2021-06-03 15: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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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먹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이렇게 잘 먹은 음식을 소화해 대소변을 잘 볼 수 있을 때 우리 몸은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 먹는 즐거움이 괴로움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화불량, 속쓰림, 위식도역류, 변비 증세가 있는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먹는 것에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화기능과 관련된 질환을 연구하는 국내 의학회가 바로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이하 ‘소화기기능학회’)’로 지난 11년 연속 ‘최우수 의학회’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는 국내 최초로 유럽과 미국의 학술지와 겨룰만한 수준의 인용지수를 기록함으로써 대한민국 의료의 위상을 발전시켰다. 또 보통 ‘의학 관련 학회’라고 하면 의사들끼리의 학술적인 내용만을 다룰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곳 소화기기능학회 만큼은 우리가 먹는 위장 관련 약에 대한 안전성과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국내 제약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화기기능학회 이사장인 원광대학교 병원 최석채 교수를 만나보았다. 

 

원광대병원 최석채 교수(사진=유미라기자)

미국 유럽 학회지와 겨룰 수 있는 세계적 학술지로 발돋움

학회의 목적은 학문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학회지를 발간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학술지로 발전시키는 것은 모든 학회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소화기기능학회에서 기존 한글 저널을 2010년에 영문 학술지로 전환을 하여 3개월마다 한 번씩 발간하는 은 2013년에 SCIE (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 에 등재됨으로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저널로 자리잡았고, 그동안 꾸준하게 발전하여 조만간 발표되는 2020년 영향력 지수는  4.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소화기 기능 분야의 기존 유럽학회지를 넘어서는 쾌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아시아 여러 나라의 학회 연합의 공식 저널로서 이미 아시아를 주도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야말로 세계와 겨루는 학술지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이런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까지 학회 창립 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2021년에 제18대 이사장에 취임한 최석채 교수는 기쁨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소화기기능학회는 1993년에 창립되어 무려 2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문 학술지를 만든 역사가 12년이 되는데, 당시에 처음 학술지를 만들면서 ‘과연 이 학술지가 기능분야의 서구의 최고 학술지인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목표는 원대했지만, 이루어지기는 요원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드디어 2021년 6월에 그것이 이루어졌고, 이제 소화기 기능 관련 질환에서는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표준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학회의 성공적인 발전은 역대 회장님, 이사장님들과 임원진들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800여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의 결과로 생각합니다. 이 모든 성과를 저의 앞에서 노력해주신 선배님들과 전임 이사장님들에게 그 영광을 돌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회가 더욱 발전해 대한민국 의료의 세계적 위상을 확보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연구에 참여 

또 최석채 교수는 지난해인 2020년 5월에는 소화기 학계의 최고 저널인 미국 위장학 저널에 국제 공동 연구결과를 게재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기능성 위장관 질환 진단 기준을 제정하는 로마재단이 전 세계 6개 대륙 33개국에서 22가지 위장관 질환의 유병률과 의료 부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고 한국을 대표해 최석채 교수가 참가한 것이다. 로마재단은 지난 30년간 장(腸)과 뇌(腦)의 상호연관 질환의 이해를 위해 다양한 진단 및 치료, 교육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온 전문 단체이다. 

사실 이제까지 이러한 질환의 유병률 및 의료기관 방문, 삶의 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국가간 비교 자료에 정확한 국내 데이터가 포함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국제연구에서 최석채 교수는 우리나라 위장관 질환 유병률은 39%이며, 50%의 환자가 의사를 방문하고 있고 19.7%의 환자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병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선진국과 비슷한 정도의 유병율이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연구결과 자체가 없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소화기 기능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유병률이 39%라면 사실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경미한 질환부터 중증까지 다 포함이 되었지만, 상당수의 국민이 식사를 한 뒤에 소화불량, 속쓰림, 대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이제 관련 의료계가 국민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화기 분야의 진단과 치료는 사실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능성 질환’이라는 것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암이라고 한다면 내시경으로 직접 병변을 보고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하고, CT나 MRI와 같은 방사선적 검사를 통해 영상으로 질환의 유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능성 질환’은 그 질환의 유무나 정확한 진단명을 붙이는 과정 자체가 좀 다르다. 고정된 세포나 장기의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자체를 파악하고 기능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때 어떤 감각을 느끼는지, 어떻게 소화가 되는지, 대변은 어떻게 나오는지, 이 과정에서 뇌는 무엇을 느끼는지를 총체적으로 파악을 해야 한다. 즉 단순히 피검사를 잘하거나, 내시경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환자를 내 가족처럼

“사실 기존의 내시경, 피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소화기 기능장애 환자들은 전체의 20%밖에 되질 않습니다. 그 기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나머지 80%의 환자를 놓칠 수밖에 없고, 또 불완전한 진단에서는 치료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대의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으니, 그런 부분도 염두에는 두어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 소화기기능학회가 더욱 발전하게 되면 이런 문제들도 더 해결이 잘 되리라 생각합니다.”

학회가 하는 일은 단지 학문적인 연구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소화기 관련 수많은 신약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아주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다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에서 약값을 정하는 문제나 어떤 적응증에 허가를 내줄 것인지 등 여러 과정에서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의 발전도 의료계 발전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최석채 교수와 학회는 정부와 제약업계 사이에서 전문가적 지식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의료 및 제약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제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이러한 신약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잘 설계된 임상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되어야 외국 의사들이 약의 존재를 알고 신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의료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엄격한 학문적 검증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친 제품만이 진정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최석채 이사장은 강조한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하게 된 최석채 이사장의 임기는 2년 정도이다. 이 기간에 학술지를 위한 시스템을 좀 더 재정비하고, 과거의 자료들을 업데이트해서 더 많은 의사와 개업의에게도 자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더 나아가 일본, 중국, 인도, 태국의 아시아 의료에서 중심부의 역할을 하며 다른 나라에 아시아의 가이드를 제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학회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영 리더스 클럽’을 조직해 아카데미를 개최하면서 저변을 확산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모두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때 소화기기능학회는 미국과 유럽 학회와 진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의학학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환자를 대할 때 내 가족처럼 대하는 것을 진료의 철학으로 삼는다는 최석채 이사장. 그가 의료현장은 물론이고 학회를 이끌어 나가는 데에서도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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