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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사법고시 출신 국세청 공무원, 앞으로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납세자를 돕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 경주세무서 전정일 서장
  • 기사등록 2021-06-03 1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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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에 개최된 경주상공회의소 ‘2021년 상공대상 시상식’에서 경주세무서가 ‘공로상’을 받았다. 대체로 세무서가 경제단체로부터 상을 받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이는 경주세무서가 지역사회에 어떤 공헌을 해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전정일 세무서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작년 7월 1일에 부임해 1년 임기를 마치기 전에 받은 상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정일 서장은 ‘사법시험 출신 세무 공무원’이라는 아주 이색적인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창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부임해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간 기업들과의 소통을 위해 많은 힘을 써왔고, 더불어 세무서의 이미지 변신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경주세무서 전정일 서장

납세자와의 소통, 환급에도 많이 신경 써

경주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아름다운 천년고도(千年古都)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은 경주를 관광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탄탄한 제조업 기반이 있는 곳이 바로 경주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가 있는 울산의 인접 지역이기 때문이다. 1~3차 벤더로 경주에서 터전을 잡은 지 30~40년이나 된 기업들도 있고 2세 경영도 활발한 편이다. 경주시 역시 지역 산업으로 관광만 내세우지 않고 또 다른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경주의 전체적인 산업의 흐름에서 경주세무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경주상공회의소 ‘2021년 상공대상 시상식’에서 경주세무서가 ‘공로상’을 수상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간 경주세무서는 지역 사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의 배려를 한 공로가 인정되었다. 전정일 서장이 부임한 지는 이제 11개월을 넘어선다. 올해 7월이면 또 떠나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지난 1년간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고 한다. 

“제가 부임했을 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각 부서별로 납세자들을 위한 세정지원을 굉장히 열심히 했고, 환급 부분도 매우 신속하게 처리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을 경주상공회의소에서 인정해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 이전의 세무서장님들의 공덕도 쌓이고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정일 서장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다. 그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입학한 후 대학원에서 조세법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따라서 그는 원래 변호사나 검사가 될 사람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그는 어떻게 국세청에 들어오게 된 것일까?

“당시 국세청에서는 법률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법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을 시범적으로 뽑기 위해 공고를 냈고 저는 전문성을 위해서는 법률을 중심으로 한 국세청 공무원이 오히려 더 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사법시험 출신이 국세청으로 들어간 경우는 제가 처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국세청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거기에 관해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분이 아무도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누구도 가지 않은 낯선 길을 가려니 심지어 판사들조차 그의 이력에 대해 궁금증을 표하기도 했다. 전 서장이 과거 조세소송 재판에 참여할 때면 일부 판사들은 오히려 “어떻게 국세청에서 일하시게 됐죠?”, “일은 할 만하세요?”라고 묻기까지 할 정도였다. 

 

경주세무서 전경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여정

2009년 5월, 중부지방국세청 법무과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조세소송을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과, 국세청 법무과를 거쳐 2019년 1월부터 대기업 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국 1과와 2과를 거쳤다. 당시 그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바로 ‘론스타 사건’이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 매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분쟁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먹튀’를 허용해서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응했었다. 

“그때 론스타 사건은 선례가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법에 관한 해석의 문제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러다 보니 여러 담당 부서들이 협력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의 법적 소송에서 저희가 전부 다 승소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큰 성과를 냈고, 그것을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책을 보니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먹튀를 하지 못한 유일한 두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말레이시아와 대한민국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국세청 공무원들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서울지방국세청 등에서 이런 ‘격동의 세월’을 보낸 전정일 서장은 2020년 7월, 경주세무서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경주에 오고 보니 예상과는 다른 것이 있었다. 우선 업무량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애초에 편하게 일하고 싶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었기에 오히려 심기일전하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관할 지역이 서울시의 3배 정도가 되고 지역에 제조업들도 많다 보니 심지어 직원들이 초과근무를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전정일 서장은 기업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직접 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고 애정을 가지다 보니, 사무실에 돌아와 하는 일에도 더욱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국세청 직원들이 직접 납세자들을 만나 소통을 하게 되면 서로에 대한 신뢰도도 꽤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세무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그 자신의 인생철학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처음 사법고시를 통과한 후 그가 썼던 합격 수기의 제목은 ‘가늠할 수 없는 꿈의 크기’였다. 드라마 <대조영>의 부제에서 따온 것이다. 

“사실 저는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으려면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도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법대를 지원했던 일도 바로 그런 의미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가 애초에 진학했던 과는 법대가 아닌 신문방송학과였다. 그러나 도저히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교 2학년 2학기 때부터 아예 수업을 듣지 않고 다시 수능을 준비했다고 한다. 부모님에게 혹시라도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고려대 법대에 합격하는 그 순간까지도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는 것. 이러한 그의 과거의 길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한 과정이었고, 더불어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그만의 여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국세청에서 지급하는 복지, 근로장려금

또 전정일 서장은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좀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대체로 국세청은 매우 폐쇄적인 조직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여러 가지 기회를 주려고 하고, 조직 내에서도 사람을 귀하게 씁니다. 저의 후배들이라면 본인이 열심히, 충실하게 일을 하면 반드시 중요하게 쓰임을 받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국세청은 오로지 세금을 거둬들이는 일만 하지는 않습니다. 복지 행정의 한 차원으로서 일정한 수입이 되지 않는 개인이나 사업자에 대해서는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국세행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국세청이 꼭 그렇게 완고하고 돈만 걷어가는 조직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전정일 서장은 법인이든, 개인사업자든 사업을 할 때는 장부를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을 권한다. 세금 규모가 적다고 해서 한꺼번에 처리해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평소에 꼼꼼하게 관리를 하면 그것이 바로 절세의 방법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록을 하게 되면 자신의 사업이 얼마나 커지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경영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실 세금에 대한 인식은 지금도 여전히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 마치 나라에서 돈을 ‘뜯어가는’ 개념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세금으로 누군가의 병이 낫고, 생계가 해결되고, 양육을 위한 복지비용이 지원된다. 거기다가 군대도, 경찰도 모두 그 세금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결국 세금을 내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나라의 번영을 꾀하는 일이다. 전정일 서장이 올해 7월 이후 또 어디로 부임할지는 모르지만, 그 어느 곳에 가든지 납세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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