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의정부와 양주 지역에 존재하는 ‘어(御 魚, 於)’라는 접두어 사용 땅이름에 대한 연구
한자 ‘御’는 그 뜻이 ‘거느릴 어/막을 어’, ‘맞을 아’로 보통 사용되는 글자입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임금 어’로 보통 이해되고 사용되는 글자기도 합니다.
‘御’자를 파자해보면,
彳(조금 걸을 척, 갈 척)+卸((짐을)풀 사)로 분리가 되고
좀 더 구체적으로 파자를 해보면
彳(조금 걸을 척, 갈 척)+午(낮 오, 남방(南方)을 뜻함.)+止(그칠 지)+卩(병부 절)로 분리가 됩니다.
‘御’라는 글자는 3천 년 전 갑골문에도 등장하는 굉장히 오래된 글자에 속하는 거죠.
갑골문 해석전문가들의 해석을 빌리자면,
앞의 글자 彳(조금 걸을 척, 갈 척)은 원래 示(보일 시)의 형태를 띄고 있고, 이는 다리가 세 개인 제사상 위에 ‘정한수’를 올려놓은 모습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중간에 午(낮 오, 남방(南方)을 뜻함.)+止(그칠 지)가 합쳐진 글자는 ‘신단수의 뿌리’를 나타내며, 마지막 글자 卩(병부 절)은 무릎 꿇고 제사를 모시는 사람의 형상을 뜻한다는 거죠.
전체를 합치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의 모습을 나타내는 글자라는 해석입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굉장히 신성한 글자라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지 일본어에서 '御'라는 접두사가 붙는 말은 대체로 천황 혹은 일본 황실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아주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일본인들은 일본 신사에 들러 기도를 할 때 반드시 5엔을 넣는다는 겁니다. 왜? 하필 5엔일까? 10엔도 있고, 100엔도 있을 텐데...
그건 바로 5엔이라는 돈에는 '고御'라는 한자가 쓰여 있기 때문이랍니다.
5엔에 쓰여 있는 ‘고’는 일본어에서 '위엄'이나 '신성'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러는거죠.
그러니까 일본인들이 신사에서 5엔을 봉헌하는 것은 그 장소에 존재하는 신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인 동시에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신의 가호를 받기를 바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보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御’를 임금으로 주로 씁니다. 우리가 TV 사극을 보면 “어명(御命)이요.”라는 말 자주 듣잖아요. 네 바로 그 임금을 나타내는 ‘御’(어)인 겁니다.
그런데 이 ‘御’를 ‘임금이라는 뜻’으로 처음 쓴 사람은 누구일까요?
우리가 아는 임금 관련 호칭은 주로 ‘한(桓, 韓)’ 또는 ‘간(干)’인데, 누가 ‘御’를 ‘임금’으로 썼기에 우리는 지금도 불편없이 ‘御’를 ‘임금’으로 풀이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내용을 추적할 수 있는 역사 내용이 ‘太白逸史•제6: 고구려국 본기’에 있어 글을 옮겨봅니다.
高朱蒙 在位時 嘗言曰 若嫡子 琉璃來 當封爲太子. 召西弩 慮將不利 於二子 歲庚寅三月 因人得聞 浿帶之地 肥物衆 南奔 至辰番之間. 近海僻地 而 居之十年 買田置庄 致富累萬 遠近聞風 來附者衆. 北至帶水 西濱大海 半千里之土境 皆其有也. 遣人致書 于朱蒙帝 願以來附 帝甚悅而 獎之冊號 召西弩 爲於瑕羅. 及至 十三年 壬寅而薨 太子沸流立 四境不附.
고주몽이 재위시 일찍이 말하기를 “만약 적자 유리가 찾아오면 마땅히 봉하여 태자로 삼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소서노가 장차 두 아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음을 염려하다가 경인년 3월에 패대의 땅이 비옥하고 물자가 풍부하다는 말을 사람들로부터 전해 듣고 남쪽으로 내려가 진과 번 사이에 이르렀다. 바다에 가까워 외진 곳이라 그곳에 정착한 지 10년 만에 밭을 사고 장원을 두고 부를 쌓아 수만금에 이르니 원근에서 풍문을 듣고 찾아와 귀부하는 자들이 많았다. 북쪽은 대수에 이르고 서쪽은 큰 바닷가에 이르니 사방 500리의 경계선이 모두 그의 소유가 되었다. 사람을 보내어 주몽제에게 편지를 올리며 내부하기를 원한다고 하니 주몽제가 심히 기뻐하시며 그것을 권장하여 소서노를 어하라(於瑕羅)에 책봉하였다. 13년 임인년에 이르러 주몽제가 훙서하시고 태자 비류가 즉위했으나 사방 경내가 내부하지 않았다.
<太白逸史•제6: 고구려국 본기> |
아하! 소서노가 고구려 고주몽으로부터 어하라(於瑕羅)에 책봉되었군요.
그래서 백제는 임금을 어하라(於瑕羅) 또는 건길지(鞬吉支)라는 전해집니다.
아하! ‘御’를 ‘임금’이라는 뜻으로 쓴 최초의 사람은 ‘소서노(召西弩)’가 되는 거군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太白逸史•제6: 고구려국 본기>에 나오는 어하라(於瑕羅)의 ‘어’는 ‘於’인데요?
우린 여태까지 ‘御’에 대한 이야기를 해 온 게 아니었나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앞에서 ‘御’에 대한 이야기를 해오다가 갑자기 어하라(於瑕羅)의 ‘於’로 바뀌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자 사용에서, 특히 고대사와 관련해서 수도 없이 나옵니다. 이러한 현상을 ‘음차(音借)현상’이라고 하는데, 뜻과 상관없이 소리만 같으면 가져다 쓰는 현상을 말합니다.
거북 구(龜)가 쓰여야할 땅이름에 아홉 구(九)를 대신 사용하는 현상이 그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의정부양주 땅이름에서는 이 ‘御’와 관련된 지명이 ‘於’와 ‘魚’가 섞여서 나타나곤 하죠.
예를 들어 가능동에 어수정(御水井)과 어립(御立)개는 ‘御’를 씁니다. 어룡(魚龍)골과 어능리(魚陵里)는 ‘魚’자를 씁니다. 양주 어둔리(於屯里)는 ‘於’를 쓰는 현상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이 ‘御, 魚, 於’라는 글자가 들어간 땅이름에는 임금과 관련되어 있다는 말꼬리가 붙어 있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 선상에서 보면 양주 어하(御下)고개 역시 같은 맥락에서 풀어낼 수 있는 내용이죠.
아하! 그러니까 ‘御, 魚, 於’는 같은 의미로 쓰였을 거라는 걸 쉽게 유추할 수가 있겠네요.
가만 보자! 근데 왜 이렇게 의정부와 양주에는 ‘御’와 관련된 땅이름이 많은 걸까요?
그것도 같은 지역에 있는 땅이름이, 군락을 이룬 것처럼 옹기종기 반복되어 나타난다면 의정부와 양주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걸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우연에 우연이 반복이 되면 필연이라 하죠!
옆집 아저씨가 죽었습니다. 그 옆집 아주머니도 죽었죠. 그 옆의, 옆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죽은 것을 보니까 인간은 죽는다는 명백한 사실을 찾아내는 귀납추리를 과학이라고 하죠!
그러면 의정부와 의정부에 가까운 양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계속된 땅이름의 반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귀납추리를 해내야 하는 겁니까?
그래요. 맞습니다. 소서노(召西弩) 어하라(於瑕羅)가 이 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의정부와 의정부에 가까운 양주에서 중요한 일을 발생시켰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은 땅이름에 임금과 관련된 ‘御, 魚, 於’, 어하라(於瑕羅)의 ‘御, 魚, 於’와 관련된 땅이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신동명 박사
현) 땅이름얼세우기총연합회 전국 회장
현) 경기북부국가보물품은시민연합회 집행위원장
현) 서정대학 휴먼케어서비스과 겸임교수
저서: 역사소년 신새날, 십대토론, 따라하면 끝나는 실전토론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