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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명밟기이야기-외전 1-3.


3. 결계를 푼 신비의 계곡 ‘뭉어리골’

“교수님이 ‘뭉어리골’을 어찌 아세요?”
앞서가던 김윤○ 대표는 번개를 맞은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아세요? ‘뭉어리골’을?”
“이 동네 사람이니까 알죠. 정말 옛날 이름인데…”
<‘뭉어리골’로 가는 삼거리. 우측방향이 ‘뭉어리골’ 가는 길.>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처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을 통해 그동안 ‘뭉어리골’을 찾아 헤맸던 나의 노력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벌컥벌컥 심장이 가슴을 열고나올 것만 같았다.
“그동안 ‘뭉어리골’을 찾으려고 오랜 시간을 조사했어요. 그런데 정확히 아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인터넷을 무수히 뒤져봤지만, 그 어디에도‘뭉어리골’이라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다만 올라온 글과 사진을 통해‘천문계곡’이‘뭉어리골’이 아닐까 하고 추정할 뿐 도무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셨구나.”
“아까 할머니에게 물어본 이유는 이 지역에 오래 사신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는 ‘뭉어리골’이 살아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거든요.”
“오히려 할머니보다 제가 더 전율을 느꼈습니다. 교수님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나하고요”
“뭉어리골’을 김대표님이 아신다니 빨리 가보고 싶네요.”
<소풍길로 조성되면서 새로 쌓은 돌탑.>
<소풍길로 조성되면서 새로 놓여진 다리.>

길은 소풍길이라는 이름으로 최근에 포장해놓아서 걷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가마니가 깔려 있는 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니 작은 돌탑을 중심으로 벤치가 놓여 있고 오작교를 닮은 다리가 나왔다. 다리를 건너자 길을 인도하던 김윤◯대표가 말을 꺼냈다.
“뭉어리골에는 옛날에 두 개의 풀장이 있었습니다. 자연적인 바위에다 둘을 쌓아 제방을 만들고 물을 막은 다음에 돈을 받았죠. 그때는 미군들이 물속에 맥주를 담가놓고 수영도 하고 맥주도 마시면서 노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죠.”
“맞아. 나도 어렸을 때 이 풀장에서 놀기도 하고 그랬는데…”
캠프 스탠리 후문에서 영문 표지를 해석해주던 최경◯ 원장이 추억이 담긴 입담으로 추임새를 넣었다.
바위와 자연 공간을 이어 물을 막았던 풀장 2개의 위치를 소개하던 김윤○대표의 발걸음은 설명하는 말소리만큼 경쾌했다.
“그럼 여기가‘뭉어리골’인가요?”
‘뭉어리골’을 빨리 확인하고 싶은 나의 마음은 말이 되어 쏟아졌다.
“아닙니다. 좀 더 위에 가면 엄청난 비경이 숨어 있죠. 그곳은 이 동네 사람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곳이라 아무한테 알려주지 않는 곳인데, 작년에도 ○○초등학교동창들과 거기서 행사를 했거든요. 올라가보시면 신기하게도 굉장히 평평하면서 골짜기가 깊어요.”
“원래 이번‘뺏벌 트래킹’행사는 저 밑까지로 하고 발을 물에 담근 후 쌈지 마당으로 내려가 행사를 하는 건데 생각보다 훨씬 더 올라가게 되는데요.”
이번 행사의 총괄역할을 맡은 고재○대표가 오늘 행사의 산행 최종 위치를 확인 시켜주자 오히려 나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기 시작했다.
“길이 미끄러우니 저를 따라서 오셔요. 여기에 저희 뺏벌 청년회 형님들이 안전하게 올라가려고 옛날에 콘크리트를 발라 계단을 만들어 놓았거든요. 그걸 밟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김윤○대표가 앞서 밟고 가는 계단은 푸른 이끼가 내려앉아 마치 중국 무협에 나오는 잔도(棧道)를 연상케 해 신비감을 더해주었다.
<산행객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뺏벌 청년들이 70년 대 때 만들어놓은 50년 된 계단.>

마침내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잔도(棧道)의 끝에 도달했다. 그리고 눈 속 깊이 파고드는 믿어지지 않는 풍광을 보게 되었다. 이것을 절경이라 해야 할지? 비경이라 해야 할지? 모래와 자갈이 섞인 운동장처럼 평평한 마당 같은 입구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였다. 그동안 세속에 흐려졌던 안구(眼球) 속의 때들을 말끔히 벗겨내고도 남았다.
“와!”
선발대들의 입에서 동시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어 고재○ 대표가 소리쳤다.
“여기서 모여야 해! 여기서 모여야 해.”

계곡의 바위들은 버텨온 억겁의 시간을 밖으로 뿜어내느라 검은빛, 푸른빛을 토해냈다. 사람의 속살보다 더 깨끗하고 투명한 바위의 살점들 위로 옥류가 타고 내리는 모습은 가히 신령스럽기까지 했다.
‘아, 이래서‘뭉어리’가 살 수 있었구나!’
유리알보다 더 맑고 차가운 폭포수와 깊이 패인 골짜기 그리고 뭍으로 나올 수 있는 보드라운 모래까지 깔려 있었으니 냉수성 생명체인‘틱타알릭’이 그 오랜 세월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사람들이 왜 이‘뭉어리골’을 ‘천문계곡’이라 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폭포가 떨어지는 정면에 바위와 바위를 끌어안고 공기돌 같이 생긴 바위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공간. 그 속으로 파랗게 빛나는 하늘은 보는 이의 혼을 빨아들여 하늘로 날려 보낼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혼미했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참 희한한 일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약속에 없었던 사람이 등장하고, 그 이른 시간에 밭에서 할머니를 만나고 그렇게 찾던‘뭉어리골’을 이렇게 쉽게, 이렇게 정확하게 찾아내게 되다니.’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면 우주로부터 그 기운이 찾아온다더니, 오늘이 그런 날이 아니었을까?’
‘선조님, 조상님 감사합니다.‘잊혀진 지명’을 이렇게 시간을 넘어 우연을 빙자하여 이어주시니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지명에 남은 고대사를 찾아내고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여 의정부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를 전하고 또 전하겠습니다.’라는 마음을 되뇌고 되뇌었다.



신동명박사
-전국지명밟기운동본부 총재
-토론공교육화운동본부 전국 총재
-세한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학과장
-저서: 역사소년 신새날
           개입하지 않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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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1-30 10: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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