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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독서는 알파일 뿐 오메가가 아니다

 

 

 

 

 

어떤 학부모 한 분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슬쩍 웃으며 내게 물었다.

“선생님, 성적 좋은 학생이 토론과 논술도 잘하는 거 맞죠!”

옆에 있던 다른 학부모가 얼른 끼어든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책을 달고 살았어요. 그러니 토론과 논술을 잘할 수 있겠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딱 하나다.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꼭 그렇다고 확답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대개 성적이 좋은 학생이나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 토론이나 논술을 잘할 것처럼 생각한다. 때문에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의 부모는 ‘우리 아이는 토론과 논술은 잘할 거야’라며 우습게 넘어가고, 주변에서도 고개를 끄떡인다. 그 부모는 또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뭘 벌써 토론과 논술을 가르쳐? 독서만 많이 시키면 되지!”

정말 그럴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토론과 논술, 구술면접을 가르치다 보면 성적이 보통인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훨씬 잘 표현하고, 성적 좋은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렇다면 성적 좋은 학생이 보통의 학생보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안 읽었다는 말일까? 알아보면 그렇지 않다. 다른 아이들보다 책을 많이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성적 좋고, 책은 많이 읽었지만 겉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고 오판하고 논술과 토론에 필요한 능력을 강화시켜 주지 않은 것이다.

토론과 논술은 ‘발산능력(겉으로 드러내는 능력)’이 필요한 교육이다. ‘훈련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발산능력을 극대화시켜 놓아야 한다. 반면 독서는 ‘수렴능력(내부 속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이다. 거기에 성적 좋은 학생들은 암기와 찍기가 잘 훈련되어 있어 전혀 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토론과 논술, 구술면접에서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학교성적 또는 독서의 양은 토론 및 논술능력과 연결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잘못된 분석은 그동안 독서와 토론, 논술의 큰 차이를 찾아내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동일선상에 놓고 판단하거나 쌍둥이 정도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쌍둥이라도 완벽하게 똑같을 순 없는데도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독서를 많이 했다고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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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2-03 08: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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