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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지명밟기 이야기 시리즈 19–외전 ‘의정부 수락산의 비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어떤 어마어마한 전설이 숨어 있는지 잘 아시죠?

남산에서 국회의사당으로 빛을 쏘면 의사당 머리 부분이 되는 동그란 모자형태가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국회의사당 지하에 숨어 있던 로봇태권V가 나타나서 악한 무리들을 쳐부순다는 전설. 

의정부 진산 수락산에도 이와 유사한 전설이 있습니다.

의정부 민락동 삼귀(三龜) 마을에 성스러운 거북바위가 3개 있는데, 그 거북 바위 3개가 모두 발견되는 날 수락산이 된 봉황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 전설입니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삼귀마을에는 성스러운 거북이 3마리가 있는데 평소에 사람들 눈에는 2마리만 발견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누군가에 의해 숨어 있던 1마리 거북이 발견되어 마침내 3마리가 짝을 이루면 그날 하늘에서는 별 다섯 개가 일직선으로 서는 오성취루(五星聚婁) 현상이 일어나고, 그 별들이 수락산 꼭대기로 빛을 차례차례 쏘아 내리게 된다는 거죠. 그 빛줄기가 수락산 기차바위(옛지명은 하늘바위, 홈통바위였음)의 홈통을 따라 ‘생명의 정원’ 뭉어리골(현재는 거문돌 천문계곡)로 모이게 되면 비로소 수락산이 두 쪽으로 벌어지면서 봉황으로 되살아나게 되고 마침내 의정부는 행복의 나라로 갈 수 있다는 전설.(채록자: 진동화 당시 63세)

아~하! 수락산은 봉황이 숨어 살고 있는 곳이었군요.

그런데 어떤 독자님은 그러실 거예요. 그 전에는 봉황이 두험소에 묻혔다더니 이번엔 또 수락산이 되었다라고라? 

그렇습니다. 수락산은 봉황의 현신(現身)입니다. 어떻게 그런 이론이 성립되느냐고요?

지금부터 수락산이 왜 봉황의 현신인지에 대하여 신박신박 신박사의 해체쑈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동명 박사의 해체~쑈쑈쑈.

 

제일 먼저 봉황은 왜 수락산이 되려고 하였는지 살펴보도록 할까요? 이러한 봉황의 결심을 이해하려면 의정부의 수난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의정부는 고대시대부터 중요한 군사요충지였습니다. 전쟁 시에는 반드시 확보해야할 곡창지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락 2지구는 어디를 파도 삼국시대의 흔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었죠. 그 흔적을 과거에는 귀락터널이라는 걸로 밀어버리고 요즘은 아파트라는 걸로 삼국시대의 함성과 흔적들을 덮어버렸지만 말입니다. ㅠㅠ 

또한 임진왜란 때도 이순신 장군에 의해 식량보급 루트가 끊어졌을 때 왜군들이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장소였죠.

이러한 의정부의 상황은 지금처럼 평온한 의정부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고통과 눈물의 역사를 경험하게 만들고 맙니다.

임진왜란의 아픈 흔적은 지금도 지명으로 남아 있는데, 고산동의 빼벌, 말무덤, 서라리고개 산곡동의 수돌고개, 분통골이 바로 그 곳입니다. 거기에 하나 더 소개한다면 산곡동 입구에 세워진 열녀쌍절비 또한 임진왜란의 희생이 기록되어 있는 곳이죠.

의정부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후 왜놈들의 36년 지배와 미군정으로 이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 겪은 식민과 수탈의 역사는 산자의 눈에서 피고름을 쏟아내게 하는 고통의 시간들이었답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의정부의 시련사(試鍊史)를 선계(仙界)에서 지켜보던 봉황은 인간계(人間界)에 관여할 수 없다는 룰을 깨기로 마침내 결심을 하게 됩니다.

와~우, 멋지다. 봉황(鳳凰). 이 장면에서 왜? 환인으로부터 천부인(天符印) 3개를 받은 후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를 앞세워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인간계로 내려오는 환웅의 모습이 떠오르는 걸까? 

그렇다면 여기서 봉황이 수락산이 되는 시기는 언제였을까요?

그 날은 바로 1970년 10월 11일입니다. 그러면 봉황이 결심을 실천으로 옮겨야만 했던 10월 10일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날이냐? 바로 ‘의정부의 윤금이 사건’이라는 불리는 사건이 터진 다음날입니다. 매추스라는 미36공병대 소속 미군이 의정부에서 야간 근무하던 직공 강문순(17)씨를 강간하려 하다 크게 반항하자 목졸라 죽인 천인공로(天人共怒)할 사건이 발생한 날인 겁니다. 

이 사건으로 두험소(逗驗沼)에 잠들었던 봉황은 마침내 시간의 잠을 거두고 결심을 실행에 옮기게 되죠.

 

참 글은 재밌기는 한데, ‘이건 상상이지 진짜는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하시는 독자님들도 계실 겁니다. 그렇죠. 믿기 어려우실 겁니다. 두험소(逗驗沼)에 잠들었던 봉황이 수락산이 됐다하니 코웃음만 나오실 겁니다. 

그렇다면 숨겨놓은 마지막 한방!

수락산 꼭대기에 왜? 자갈이 발견되는 겁니까? 

자갈? 냇가 주변에서나 물속에서 발견되는 자갈?

이게 수락산 정상에서 발견된다고요?

그렇습니다. 수락산 정상에는 물속에서나 있을 법한 자갈들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이걸 어찌 해석해야 하는 겁니까?

두험소(逗驗沼)라는 거대한 연못에 잠들었던 봉황이 수락산으로 변신하면서 두험소(逗驗沼) 바닥에 깔려 있던 자갈들도 함께 묻어갔다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신동명박사

-전국지명밟기운동본부 대표

-세한대학교 당진캠퍼스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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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14 11: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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