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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온조왕이 기원전 18년 계묘년(癸卯年)에 의정부 호원동에 온조국을 세우고 

왕으로 즉위한 24세부터 기원전 6년 을묘년(乙卯年) 7월 하남 위례성으로 백성을 이

주시키는 37세까지의 기록이다.

 

 

[온조국 13년과 하북위례성]

 

 

 

1.형제의 이별

 

세 사람은 좁은 한방에 누워 지나온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소래에 비류국을 선포한지 1년 부아악 범골에 온조국을 선포한지 5개월이 지난 후였다. 그리고 내일, 그동안 함께 정복의 역사를 써온  형 비류와 헤어지는 날이 마침내 다가오고야 만 것이다. 아직도 도읍 위례성의 규모와 모습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왕의 침소라 부르기는 하지만 조그만 초막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소서노가 입을 열었다.

"네 고집을 누가 막겠느냐. 부디 항상 건강 챙겨야 하느니라."

"네. 어머니.“

소서노는 병약한 비류의 건강이 늘 걱정거리였다.

"어미는 매일 저 천소야(天韶䤳)에서 네 활동을 지켜보며 지낼 것이니 이 어미 걱정은 말고 네 건강 걱정해야 하느니라."

"형님. 어머니의 소원인 삼한일통을 이루고 아사달 부도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나라가 되려면 건강 또 건강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온조 대왕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러자꾸나. 우리가 고구려를 떠나 이곳까지 온 이유가 분명한데 어찌 게으른 시간을 가질 수 있겠느냐!"

"맞습니다. 형님이 패대의 어하라와 소래의 어하라를 통치하시며 해상의 황제가 되시고 제가 준왕을 정리하여 이 땅을 복속시키면 고구려를 넘어 아사달의 영광을 되살리게 될 겁니다."

"그래. 그것이 이 에미가 원하는 나라다. 고구려도 못해낸 단군의 권한을 이어받은 정통성 있는 한(韓)의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만 이룬다면 이 어미의 그동안 고생은 봄눈 녹듯 녹아내릴 것이다."

"넵. 어머니. 그 뜻 받들겠사옵니다."

비류 어하라와 온조 왕자는 1대 어하라 소서노의 뜻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나누며 그렇게 밤은 깊어갔습니다.

“어머니. 그때는 정말 위험했습니다.”

“언제 말이냐?”

온조 왕자의 뜬금없는 표현에 소서노와 비류는 질문의 의미를 몰라 되물었다.

“제수(濟水)에서 100개의 방(舫)을 띄울 때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훼룡(虺龍)의 공격은 지금도 등골이 서늘합니다.”

“정말 그때는 출발이 곧 죽음인가 보다 했는데...”

어하라 비류도 소서노도 모두 당시의 위험한 상황을 그리는 표정이었다.

“교룡(蛟龍)이 되지 못 한 화풀이를 우리에게 하는 통에 여러 사람 죽을 뻔했습니다.”

“그러게나 말이다.”

“그때 범창(范昌)의 슬기로운 대처가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이 자리에 없을 겁니다. 아마도.”

“그렇지.”

온조 대왕의 생각에 모두 동의한다는 눈빛을 교환하는 왕의 방안에는 그동안 고생을 함께 해 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몇 시간 뒤면 헤어져야 하니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무나. 비류는 어하라까지 돌아가려면 족히 5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니 더욱 더 잠을 자둬야지.”

“알겠습니다. 어머니. 너무 심려치마시고 오늘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긴 시간 형제의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오늘만 봐주셔요. 어머니.”

“난. 비류 네 건강이 걱정 되어서 그는 것이니. 아무튼 건강 살피며 이야기 하도록 하여라. 그럼 에미는 먼저 잠을 청하마.” 

“네. 그러시지요. 어머니.”

비류와 온조의 이야기는 칠흙같은 어둠을 불사르고 있었고, 겨울 동짓 바람은 문풍지를 한없이 흔들어 펄럭이게 만들고 있었다.

 

아침 10시쯤 되니 식사를 끝마친 하북위례성의 백성들은 왕의 거처가 있는 중심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비류 어하라가 소래 어하라로 돌아가는 날.

북풍이 부아악을 휘감고 사람들의 옷섬을 들어 몸 안으로 파고 드는데, 눈 줄기는 소래로 떠나는 비류의 발길이라도 잡고 싶은지 눈보라가 되어 앞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침소에서부터 들여오던 온조대왕의 황소같은 울음소리는 헤어지는 광경을 눈에라도 새기고자 구경나온 백성들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었다.

“형님.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 겁니까?” 

“더 큰 일을 위해 잠시 헤어지는 것이니 떠날 수 있게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주 자주 연락하시자고요. 형님.”

덩치가 비류의 두 배나 되는 온조대왕은 비류 어하라를 부둥켜 안고는 서럽게 서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이 광경을 왕의 우물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소서노 어하라의 마음 속에도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윗 선돌말을 지나 어하라의 물이 흐르는 어룡골을 끼고 소서노가 타살굿을 한 노고산으로 오르는 비류 대왕 군대의 모습은 손을 흔드는 온조의 백성들을 뒤로 하고 눈보라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신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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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31 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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