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 崇禮門은 가노니 崇金門을 높이 세우라. *
심수당 임순화
-동두천 천도교 교인
-대한중앙뉴스 시민기자단 고문
나는 拾 甲子를 살았노라!
조선의 도읍지 한양의 남쪽에서
반만년을 지켜온 배달겨레의 나라.
왕조는 바뀌어도 겨레는 이어져왔다.
예부터 말하기를 이 땅을
東方禮義之國이라 일컬었나니!
칼로서 세운 근세조선
비록 왕위를 위하여 骨肉을 베었어도
禮義를 우러르고 淸貧을 思慕했다.
무학이 점지해준 한양
동서남북 사방위에 크게 대문을 세우니
3731[1398],년 도성의 남쪽
仁義禮智로 이름 하니 崇 禮 門 이라.
이른 새벽
나뭇짐을 지고 드는 촌부도 내 품으로 들었고
거들먹대는 사대부도 내 품으로 들었다.
丙子年의 胡侵도 壬辰年의 倭侵도 壬午年의 同族相殘도
다만 내 품을 지났을 뿐 나를 범하지는 못하였다.
610년 拾 甲子
亡國의 한과 繁榮의 기쁨을
울며 웃으며 지켜온 숭례문
나 이제 가노라!
더 이상 가슴 터져 살 수 없기에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어
崇 禮 門
그 이름 달고 지켜보기엔
너무나 역겨워서
나 이제 가노라!
權力의 樓閣에 높이 올라 앉아
黃金의 솟대위에 깃발을 나부끼며
문화재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妖言으로 빗장을 여니
밤마다 찾아든 浪人들이
술 마시고 고기구우며
때로는 힘차게
오줌 줄기를 갈겨대며
나를 侮辱 하였다.
이제는 더 참을 수 없기에
나 이제가노라
권력의 횡포아래 짓밟힌
황금의 솟대아래
허기져 널브러진 가련한 한 사내의
가슴 저미는 분노와 슬픔이 나를 태우고
사내의 슬픔과 울분을 태운다.
숭례문 현판이 땅으로 떨어질 때
이 땅의 예의도 땅으로 떨어졌다.
廉 과 恥를 잃은 그대들
이제 나를 다시 세우겠다.
말들 하지만
다시 세워진다 한들
그것이 어찌 나 일 수 있으랴!
열 갑자를 살아온
내 魂 속의 영상들
그것을 어찌 다시 담아낼 수 있으랴!
이제 그대들
속이 텅비어버린 모조품
虛像을 다시 세우는 날
그에게 내 이름을 부여하지 말라!
崇 禮 門 이라 말하지 말고
崇 金 門 이라 크게 외치라!
그대들은 예의 보다는
무례를 기리었고
정직보다는 술수를 택하였나니
나의 이름 숭례문
감히 말하지 마라.
열 갑자를 견뎌온 그 많은 나날
염과 치를 잃은 이 땅이 싫어서
나 저 높은 창공으로 훨훨 나라가노라!
다시는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
崇 禮 門은 가노 니, 崇 金 門 을 높이 세우라!
2008년 2월 10일 21시 숭례문 화재를 보며